2010년 5월 6일 목요일

졸지에 철거민

공지블로그를 보니, 텍스트큐브닷컴이 사라질 모양이다. 졸지에 철거민이 될 판이다.

많은 분들이 벌써 이사를 감행하셨다. 유명인 가운데는 우석훈 박사님이 벌써 티스토리로 이사 가셨고, 김영하 작가님도 이미 설치형 블로그로 글을 옮기시는 중이라고.

나는 어떻게 할까, 생각 중인데, 일단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버텨보련다. 어짜피 열심히 돌보지도 않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블로그니까.

만약 쫓겨난다면, 티스토리로 돌아갈까? 근데 애초에 티스토리를 떠나온 이유는 뭐였더라.

2010년 4월 23일 금요일

연극 '오이디푸스 왕' - 비극의 시작과 끝

극단 골목길의 <오이디푸스 왕>를 보고 왔다. 기대보다도 더 좋았고, 소포클레스의 원작을 활자로 읽었을 때보다 더 크고 생생한 감동을 받았다. 오랜만에 연극을 보기도 했지만, 워낙 훌륭한 작품을 뛰어난 연출과 연기로 즐기고 나니, 설렌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4월 16일부터 25일까지 딱 열흘 동안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이번 주 일요일이 마지막 공연인데, 되도록 많은 분이 보시고 오늘 내가 느낀 희열을 맛보셨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강추하고 싶은 작품이다.

*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의 내용을 이미 안다면, 스포일러는 (거의) 없음!

오이디푸스

원작에 충실한 작품

애초에 이 작품을 보겠다고 각오 - 파주에서 혜화동은 각오가 필요한 거리다 - 를 한 건, 비교적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비극이나 셰익스피어 등 누구나 다 아는 고전 희곡은 오히려 원작 그대로 연출한 작품을 찾기 쉽지 않다. (연출가나 배우들에게는 고전이 지겹기도 할 테니, 이해도 가지만.)

이 작품은, 내 예상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상당히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다. 축약한 부분도 많긴 하지만, 전체 이야기 구성과 중요한 대사들은 원작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오이디푸스 왕>의 실연을 처음 보는 나로서는 이 작품을 만난 건 행운이다. 책으로 읽으며 전율했던 대사들이 배우들의 입과 몸에서 품어져 나오는 순간의 신비는 정말 대단하다.

압도하는 오이디푸스와 탄탄한 조연들

특히 오이디푸스 역을 맡은 김주헌 씨의 연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다. 좌중을 완벽하게 압도하는 오이디푸스. 일인극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강렬한 오이디푸스.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다 좋다. 광기의 오이디푸스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이재수 씨가 연기한, 약간 심심한 듯 차분한 크레온도 좋고, 다른 조연들도 몰입에 방해되는 요소 없이 모두 안정적이다.

이오카스테도 무척 매력적인데, 사실 난 이오카스테의 모습을 많이 놓쳤다. 내 자리가 워낙 구석이긴 해도 관람에는 거의 지장이 없었는데, 유독 이오카스테의 모습만 다른 배우들에게 많이 가렸다. 오이디푸스와 이오카스테가 입맞춤하는 장면도 못 보고 말았으니. (이런)

그렇지만 초조한 오이디푸스를 달래는 이오카스테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사랑스러운 어머니이자 아내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겉모습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했다. (배역 때문이겠지만, 배우 이성자 씨에 대해서도 무척 호감이 간다. 또 보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파멸을 예감한 이오카스테가 진실의 끝을 보려는 오이디푸스를 말리는 장면. 배우의 몸짓으로 직접 보니,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양치기 역을 맡은 김도균 씨도 대단했다. 클라이맥스 즈음에 등장해서 짧지만 놀라운 연기를 펼친다. 그야말로 히든카드.

클라이맥스, 클라이맥스

이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정말, 정말, 정말 최고다. 진실에 다가가는 순간의 긴장감과 최고조에 이른 순간의 그 무시무시한 폭발력. 주먹을 꼭 쥐고 있었는데, 손 안에 땀이 흥건하다 못해 바닥에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지금까지 내가 본 연극 가운데 단연 최고의 클라이맥스다.

이 멋진 클라이맥스는, 오이디푸스도 물론 훌륭하지만, 상대역인 양치기의 공이 절반이다. 두 사람이 쌓아올리는 위태로운 에너지 때문에 무대는 폭발 직전의 폭탄을 심어놓은 듯하다

클라이맥스 이후, 이오카스테와 오이디푸스의 '밧줄' 장면은 나는 전혀 상상도 못한 광경이다. 그 비장감 역시 원작 이상이다. 배우들도 대단하고, 연출가 분도 참 대단하다고 밖에.

현대적 코러스의 극적 효과

코러스도 빼놓을 수 없다. 원작의 코러스는 사실 살짝 지루하기도 한데, 이 작품의 코러스는 담백하면서도 굉장한 극적 효과를 발휘한다. 구성은 단 4명뿐이지만, 무대 효과 덕분에 일당백이다. 특히 오이디푸스와 코러스 4명이 맞상대하는 장면은, 원작에는 없는 장면이지만, 박진감이 대단하다. 연출, 그리고 배우들 간의 호흡의 승리.

그런데

아쉬운 점이라기보다는 연출가 님한테 여쭙고 싶은 게 몇가지 있는데..

우선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성격이 내가 이해한 것과 많이 달라서 낯설다. 원작 속 예언자보다 훨씬 도발적이다. 현인이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 원작에선 오이디푸스와 예언자의 설전도 클라이맥스에 버금가는 긴장이 흐르는데, 이 작품에선 약올리기 정도로 축소됐다. 또, 예언자의 운명도 좀 다른데, 음, 이 작품에서는 오이디푸스를 완전히 나쁜 놈으로 만든 셈이다. 대단히 극적이기는 한데, 그 의미는 조금 더 생각해 봐야 할 거 같다.

또, 결말부에서 오이디푸스와 크레온이 마지막 대화를 나눌 때, 오이디푸스가 딸들(이자 여동생들)을 걱정하는 부분을 뺀 것도 아쉽다. 원작에서는 오이디푸스가 아버지인 채로 끝난다는 느낌이었느데, 연극에서는 아들로서 끝이 났다는 인상이다. 뭐, 그것도 좋긴 하지만.

...

내 감상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전율"이다. 이 작품을 못 봤다면, 내 인생은 지금보다 조금 더 재미없었을 거다. 아직도 설렘이 가라앉질 않는다.

2010년 3월 30일 화요일

폼플라무스 - 인디밴드를 한다면 이들처럼

유튜브에서 발견한 괜찮은 인디밴드. 이름하여 <폼플라무스Pomplamoose>.

유튜브에 있는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홈 스튜디오 - 사실 그냥 집 - 에서 녹음하는 장면을 직접 편집해서 만든 건데, 무척 재미있을 뿐더러 의외로 완성도도 높다.

두 멤버가 솔로 활동도 병행하는 탓인지, 자작곡이 많지는 않다.
대신, 커버곡을 많이 올려놓았는데 신선한 편곡이 매력적이다. 개성과 실력이 돋보이는 좋은 커버 같다. 너무 달짝지근한가 싶다가도, 어떤 날은 마구마구 듣고 싶어지는 게 말이지.

아이튠스를 통해서 음악을 직접 판매하는데, 유튜브 내 인기를 보면, 음악으로 먹고 사는 게 가능할 것도 같다. 요즘 인디밴드를 한다면 이들처럼 하는 게 정답이 아닐까?

아참, 커버곡은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이제 음악을 들어보자. 한 곡은 친숙한 커버곡이고, 하나는 오리지널이다.



이밖에도 좋은 곡이 참 많다. 아래 링크 참조. ; )

*링크 - 유튜브 Pomplamoose 채널, MySpace 페이지

2010년 3월 18일 목요일

제프 브리지스 닷컴

제프 형으로 말할 것 같으면, 혹자는 "그냥 중년남" 전문 배우라고 과소평가하기도 하기도 하고, 닉 놀티 아저씨랑 헷갈리기도 하는데, 그런 분들은 분명 코언 형제의 넘버원 걸작 <위대한 레보스키>를 보지 못한 게 틀림없다.

Big Lebowski

왼쪽부터 제프 형, 부세미 형, 존 아저씨.

아직도 이 영화를 안 봤다면... 뭐, 안 봐도 상관없긴 한데, 인연이 닿으면 피하지는 마시라. 미국 영화 역사 상 가장 위대한 코미디 영화라고! 일단 보면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경험이 되고 말 거라고!

아무튼 그 제프 형이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크레이지 하트>라는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탔는데, 그 일로 '무비위크'라는 잡지에 인터뷰 기사가 실렸기에 냉큼 읽어봤다. 음, 영화 속 '제프 레보스키'보다는 약간 부지런한 듯해서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뜻밖의 소득이 한 가지 있었으니, 바로 제프 형이 개인 웹사이트를 직접 운영한다는 사실이다.

바로바로바로, jeffbridges.com

며칠째 열심히 들락거리고 있다. 굉장히 개성 넘치고 재미있는 곳이다. 모든 그림과 글과 사진은 제프 형이 직접 그리고 쓰고 찍은 것. 게다가 인터뷰와 메시지 보드와 직접 스크랩한 웃기는 자료들까지. 혹시 제프 형의 팬이라면 당장, 지금 당장 가보시길.
아아, 팬이라서 행복해요.

2009년 10월 27일 화요일

나는 비와 함께 간다 단평

나의 감상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장황한 이야기와 강박적 악취미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매혹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I come with the rain

근 몇 달 간 극장에서 본 영화 가운데 그나마 가장 낫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진 않지만, 그 덕분에 이도 저도 아닌 독특한 뒷맛이 흥미롭다. 게다가 이만큼 진지하고 대담하게 말을 걸어오는 작품을 외면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주조연 배우들의 국적만큼이나 다채로운 이미지와 생각이 묘한 조합을 이루는 것 역시 약간 불편하면서도 재미있다.

그렇지만 흥행은 어려울 게 틀림없다. 월요일 오후 10시에 보긴 했지만, 관객은 나를 포함해 넷뿐이었고, 심지어 내 근처에 앉았던 커플은 중간에 나가버렸다. 집에 돌아와서, 웹에 올라온 감상을 대충 둘러봤는데, 저주에 가까운 평까지 심심치 않게 보여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 같은 취향은 점점 더 소수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사실 나는, 이렇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어떻게 그렇게나 싫어할 수 있는지 의아하다. 편집이 불친절하고 배경음악이 악취미적인 게 사실이며 전체적인 짜임새도 '웰메이드'와는 거리가 한참 멀긴 하지만, 고통과 구원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건 좋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신약의 재해석으로 불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뻔한 이야기지만, 누아르-스릴러와 결합해서, 말초적 자극과 종교적 성찰 사이를 오가는 재밌는 작품이 됐다.

누군가는 '배우들이 영화를 살렸다.'라고 평했지만, 사실 배우들의 연기가 특출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배우들의 밋밋한 연기를 주제가 살리는 인상이다. '고통과 구원'이 주제라면, 다들 조금 더 절박함을 표현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클라인(조쉬 하트넷)이 느끼는 혼란과 고통은 가슴에 와 닿지 않고, '능력자'치곤 카리스마가 부족한 키무라 타쿠야는 미스캐스팅이란 생각마저 든다. 이병헌이 연기한 수동포라는 인물은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그 모호함과 뵨 사마의 안정된 연기 덕분에 상당히 매력적이다. 연쇄살인마 하스포드도 전형적이긴 하나 나름 매력적인 인물인데, 여주인공 릴리는... 감독 사모님이 여주인공을 맡는 건 좀 참아주셨으면.

그리고 라디오헤드는, 나도 팬이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작작 좀 우려드시길. 이 정도면 BGM 테러다.

2009년 10월 21일 수요일

씨네21에 실린 '39계단' 소개글

39계단

씨네21에 '39계단'을 소개하는 글이 실렸다.
훌훌 페이지를 넘기다가, 눈에 익은 표지가 나와서, 깜짝!!
부디 많이 팔려서 후속작도 나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링크 - 씨네21 [도서]쫓기는 자의 심장박동

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한글과컴퓨터 오피스 2007 홈에디션

오픈오피스를 주로 쓰고는 있지만, 4만 원 - 정확히는 39,600원 - 이라는 비교적 싼 가격과 한컴 오피스 2010 무료 업그레이드의 유혹은 강력하다. 한/글을 쓰시는 분이라면 지금이 구입 적기. 11번가에서 쿠폰, OK캐시백, 포인트를 총동원해서 35,990원(배송비 무료)에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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