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9일 금요일

교하도서관 인문학 강좌 - 개념미술

지난 9월 24일 '안티고네'에 이어, 두 번째 인문학 강좌였다. 주제는 '개념미술'.
이야기로 풀었던 지난 강좌보다는 조금 딱딱하지만, 역시 재미있고 유익했다. 전위적 현대미술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지식을, 기초 수준이나마 얻을 수 있어서 보람찬 시간이었다.

내가 이해한 개념미술은, 작품 자체보다 작품에 담긴 예술가의 생각을 우선하는 사조다.
기존의 미술 작품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게 보통이다.

개념 → 과정 (재료, 작업행위) → 작품 → 감상 → 미술시장 (화랑, 미술관을 통한 상품화)

그런데 개념미술은 이 가운데 '개념'이 미술의 본질에 가까우며, 나머지 과정은 부차적인 것으로 여긴다. (혹은 부차적이지 않느냐고 묻는다.) 이런 문제의식을 처음 제기한 이가 바로 프랑스의 예술가 마르셀 뒤샹. 개념미술의 시초라고 하면 뒤샹의 '레디메이드' 연작을 우선 꼽는데, 이는 흔한 기성상품을 가져다가 예술가의 개념을 적용시켜 예술작품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이 작업에는 과정(작품 구현)이 생략되고, 대신 개념이 선택을 거쳐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뒤샹은 과정만 생략했지만, 극단적인 개념미술가들은 문서과 도표 등으로 개념만 제시하고 작품은 아예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정도면, 미술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거죠! ^^

과정미술(process art) 역시 개념미술의 범주에 넣는데, 이는 작품이 아닌 '작업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또는 작업 과정이 곧 작품이다.) 이게 참 재미있는데, 행위예술과 비슷하기도 하지만, 행위예술과 달리 유무형의 작품을 가정한다. 그러나 막상 그 결과물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 밖에도 대지미술(land art), 개념적 오브제, 사진을 이용한 개념미술 등을 소주제로 다뤘다.

결국 개념미술은 '미술에 관한 미술'로 정의 내릴 수 있다. 미술적 개념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비전통적인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레 미술의 정의 자체를 시험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기존 미술작품과 미술품 '시장'에 대한 도전과 조롱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장난 같은 현대미술작품을 보고, ‘이게 미술작품이야?’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제대로 본 거라는 말씀. 그리고 진지한 감상자라면, 거기서 그치지 말고, 작품의 미술적 맥락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 진정한 작품 감성이 시작된다. 개념미술은 감상자를 자극하고 질문을 던지는, 도발적이고도 지적인 미술이다.

다음은 강의 중에 재미있게 본 작품들(을 올릴 생각이었으나 귀찮은 나머지 나중에 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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