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4일 목요일

교하도서관 인문학 강좌 - 안티고네

내가 사는 파주 교하의 자랑거리라면, 단연 교하도서관이다.

이제 막 개관 1주년을 넘긴 어린 도서관이니, 시설은 물론 최신식이고, 사서들도 무척 친절하며,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장서량을 늘리는 데도 열심인데다가, 각종 문화행사 주최에도 적극적이다.

전국 각지에서 견학도 오는 ‘우리 동네’ 도서관을 자랑하려면 한도 끝도 없는데, 아무튼 이 훌륭한 도서관에서 오늘(2009년 9월 24일)부터 10월 29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인문학 대중강좌를 연다는 말씀. 강사님들은 모두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연구원들인데, 오, 동네 도서관에서 이런 시도를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소식을 듣고 며칠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다.

오늘 첫 강좌인 '안티고네 – 국가의 법을 뛰어넘는 위반의 상상력'을 듣고 왔는데, 기대보다도 좋았다. 대중강좌이니만큼, 깊게 들어가진 않지만, 적어도 일반인들에게 인문학과 고전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다. 나만 해도 집에 오자마자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의 번역본을 주문했으니까.

내가 이해한 강좌의 핵심은 "'신의 법'과 '국가의 법'의 충돌에 관한 문제제기"다. 개인, 가족, 관습법, 자연, 인륜 등을 상징하는 안티고네와 국가, 공동체, 성문법, 문명, 사회, 정치 등을 상징하는 크레온, 두 사람의 충돌을 통해 법의 의미를 고민해보자는 게 강좌의 의도인 듯싶다. 문제제기까지는 아주 좋았는데, 거기서 딱 그친 점은 아쉽다. 대중강좌이고 시간도 짧았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강사님은 이화여대 탈경계 인문과학원의 김애령 선생님인데, 여성학을 주로 연구하시는 분이다. 중간에 버지니아 울프의 안티고네 해석을 다루며, '3기니'라는 수필 작품을 언급하셨는데, 굉장히 재밌다고 추천하셨으니, 안 읽어볼 수가 있나. ;-)

다음 강좌는 10월 8일, 주제는 개념미술이다. 놓치면 후회한다.

* 덧붙임 - 찾아보니, 교하도서관 블로그가 있는데, 강좌에 대한 정보가 자세히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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